지난 금요일은 이상한 날이었다. 퇴근 한다던 남친은 도착 시간이 지나서도 스카이프에 오프라인 상태였고, 내가 물었더니 그저 와이파이가 없다는 말만 했다. 그럼 인터넷도 없이 뭐하냐 물으니 책을 읽고 있다 했고, 이번 주말에 계획이 있냐고 물었더니 어디 가긴 가는데 자기가 계획하는 게 아니라 자세히는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저 나중에 전화하겠다는 말만 했다. 두루뭉술하고 평소와는 다른 대답이라 촉이 왔다. 혹시 여기 오고 있는 게 아닐까...? 지난 번 스위스에서 사간 초콜렛이 아직 남았냐 물어보고, 저녁은 먹었냐, 잠은 일찍 잘거냐, 주말에 계획이 있냐, 지금 뭐 하고 있냐 등등의 질문들에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혹시 혹시" 하면서 들떴지만 동시에 너무 흥분하지 않으려고 했다. 오지 않는다면 실망이 너무 클 것 같아서. 밤 10시 반쯤에 되어서는 "아, 안 오는구나, 설레발이었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장실 청소도 하고, 쓰레기통도 비우고, 심지어 제모까지 했는데 실망스러웠다. 그러다 40분에 전화가 왔다. 오늘 우편함 확인했냐고. 오후에 확인했다고 했더니 아닐텐데 하면서 열어보라고 말했다. 그 때부터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고 열어본 우편함엔 초콜렛이 들어있었다. 어디냐고 빨리 오라고 했더니 저 복도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 애가 있었다. 역에서부터 백팩 메고 걸어오느라 한 손에 벗은 점퍼를 그러쥐고 등은 땀이 흥건했다. 얼굴 보면서 할 말을 잃어버려서 한 손엔 열쇠, 다른 한 손엔 휴대폰을 쥐고는 어쩔 줄 몰라하는 나를 번쩍 안아 올려서는 집으로 들어왔다. 아아, 실제로 와서 다행이야. 월요일 휴가를 내고 왔다고 했다. 그러니까 3박 4일간은 온전히 함께였다. 표는 벌써 2주 전에 끊어놓고는 그 동안 숨겨왔다고 한다. 그리고는 거짓말 하는 거 힘들었다고 베시시 웃는데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었을까. 지난 번 부모님 댁을 방문 하고 나서는 다음이 언제가 될 지 몰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