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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016의 게시물 표시

[일상] 피가 식는다는 기분

헤어지진 않았다. 일단은. 글을 자꾸 쓰는 이유는 이렇게 어디에 풀어내서 봉인해둬야 머릿속이 덜 복잡할까 싶어서... 딱히 모르겠지만... 헤어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는 말에 어떻게 하고 싶냐고 되물었다. 그 말을 하면서 '아 이제야 끝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온 대답은 의외로 내가 더 자주 연락하고, 사진도 보내고, 뭐 하는지 말해줬음 좋겠다고 했다. 다시 자기의 삶으로 돌아와 달라고. 뭐가 뭔지 모르겠다. 내가 뭘 안 해줬다고? 항상 내가 먼저 하던 것들이다. 답장이 뜸해도, 혼자 말하는 기분이 들어도 원한다고 하니까, 그래서 다 해줬다. 베푸는 거 좋아하는 성격이지만 그건 상대가 나한테도 내가 한 만큼 돌려준다는 사람이란 확신이 있을 때이다. 엄마랑 몇몇 친구, 대니 정도가 계산 없이 베푸는 사람이다. 한결같이 대해주니까 나도 똑같이 대한다. 생각할 필요도 없을 만큼 오래 알고 지내온 사이기도 하고. 지금 남친도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행복했다. 내가 마음껏 사랑을 주면 그만큼 돌려줘서 고맙다고 생각했다. 근데 아니었나보다. 내가 노력하지 않으면 그 쪽에서 먼저 하지 않는다. 모르겠다. 내가 지금 감정적으로 비약하고 있는 건지도. 확실한 건 최근 일주일 이상은 그래왔다는 거. 니가 연락이 없어서 나도 안했다라고 말하면서, 이렇게 연락이 뜸하면 니가 덜 보고 싶다, 니 생각이 덜 난다는 말을 아무렇게나 한다. 그 때의 니 표정이, 니 감정이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을 듣는 내 마음은 무너지고, 어깨와 팔의 피가 차갑게 식는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예쁘게 말해서 좋아했다. 예쁘다는 흔한 칭찬조차 구체적이라 섬세하다고 좋아했었다. 오히려 이렇게 싸우게 된 게 잘 된 것 같기도 하다. 오래 갈 수 없다는 걸 알아버려서. 슬프긴 하지만 더 나중에 관계가 깊어졌을 때 알게 되면 더 끊기 힘들테니까. 그 관계가 깊어진다는 가정도 사실 지금은 두기가 어렵긴 하지

[일상] 핑계, 변명, 실망

시간이 지나면서 함께 보낸 시간이 길어지니 가끔 잊게 된다. 남친은 내 사람이 아니란 거. 결혼한 남편도 "남의 편"이라고 부르는 마당에 하물며 고작 남자 친군데... 내 기준에선 많은 걸 기대한 게 아니라 생각하지만 그 쪽 입장에선 아닐 수도 있었단 생각이 든다. 이렇게 주기적으로 뜸하게 연락하는 주말이면 그 후로 며칠 간은 할 말이 없어진다. 대화를 하다보면 '편안한' 침묵이 아니라 '어색한' 침묵이 찾아온다. 요 며칠 계속 그래왔고 사실 지금도 하고 싶은 말도 없고 감정도 없다. 처음부터 어색했던 남친은 지금도 조금의 텀만 생기면 한 없이 멀게 느껴진다. 2월에 생각했던 것처럼 남친은 나보다 할 일이 많다.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는 그 곳에서의 생활은 내가 혼자 보내는 이 곳의 생활과는 다르다. 서운함이 들지만 어쩔 수 없다고, 나도 한국 이었다면 똑같았을 거라 생각하고 이해하려 했다. 나 이외의 사람과 보내는 시간이 서운한 게 아니다. 말로만 내가 "priority"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자기 생활이 우선이다. 돌아올 때가 늦은 시간이었다면 출발할 때는 그렇게 늦은 밤이 아니었을 거다. 오늘 저녁에 뭐 한다, 주말인데 많이 얘기 못해서 미안하다. 이 정도 문자를 보내는 게 힘든 일이었을까? 일일이 다 따지지 않았다. "나라면 이렇게 했을거다"라는 건 내 입장에서의 얘기고 실제 내가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했을 지는 나도 모르니까. 그저 기분이 나쁘다는 말만 했다. 내가 말 없이 연락 두절 되는 거 싫어하는거 알지 않느냐고 말했다. 벌써 서너 번인 것 같다. 같은 문제로 기분 상해 하는 거. 결국 안 고쳐진다는 말이겠지. 포기 하지 않으려 했지만 겨우 잠깐씩만 신경 쓰는 모습에 약간은 실망. 결국은 자기가 우선이면서, 그걸 나도 알면서, 잠깐의 달달한 말에 설레한 나 자신이 조금 슬프네. 이런 패턴 한 두 번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