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그렇게 만나란다. 그냥 가볍게 만나다가 계속 그렇게 만나봐도 괜찮으면 그때 결혼 생각하라고. 둘이서 하는 결혼 나혼자 생각해봤자 의미도 없는 일... 결혼 하고 싶다, 같이 살고 싶다라고 생각하다가도 이번 같은 주말이면 아 이 사람이랑은 안되겠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모든 용무가 끝나고서야 뒤늦게 걸어오는 전화. '왜 너는 내가 하는 만큼도 하지 못하지?' 싶은 생각이 드는 순간 불행해지는건 나다. 니가 내가 아닌데 어째서 나랑 같은 마음일 수가 있을까? 함께가 아닌 주말을 보내러 거기 간 거다. 내 생각이 뒷전인 건 너에겐 당연한 일이지만 거기에 대해 서운한 맘이 드는 건 나에겐 당연한 일일지도. 이 기분을 말해봤자 쳇바퀴 돌기다. 어차피 너한텐 다 핑곗거리가 있다. 산이라서, 해외여서, 친구랑 있어서... 나에겐 고려되지 않을 상황들이지만 너에겐 중요한가보지. 나에게 무얼 원하는거냐고 물으면 '알아서 잘할 순 없나' 라는 생각만 머릿속에 떠오른다. 결국은 나에게 맞춰달라고, 사랑을 달라고, 관심을 더 가져달라고... 나조차도 들어줄 수 없는 부탁을 너에게 하고 싶어진다. 물론 이제는 니가 그런 사람이 아님을 아는 만큼 그냥 입 꾹다물게 되지만. 문제는 이렇게 공백이 생겨버리면 며칠간은 그걸 메꾸기 위해서 노력하는 시간이 필요하단거다. 이틀 넘게 연락도 없고 얼굴도 보지 못했다. 앞으로도 그냥 이렇게 지내자 라고 싶은 마음이 목끝까지 차오르는게 문제인거다. 그 시간동안 상처받은 내 맘을 혼자 추스리고, 지금 적은 글들을 잊고 다시 아무일도 없이 사랑했던척 돌아가는 그 순간들이 싫은거다. 그저 호르몬때문에 또 쓸데없는 생각이 든 거라고 여기고 잊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