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You spin my head

'니가 나에게 왜 그랬을까?' 라는 질문은 더 이상 하지 않는다.
너도 모르는 니 속을 내가 가늠조차 할 수 있을까 싶어서, 이제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서, 날 잡아먹는 생각들로 우는 날들은 끝났으니까.

그래도 내가 프랑스어를 공부하는 동안, 원서를 쓰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만약) 프랑스에 도착해서 초반에 얼마간은 이렇게 니 생각을 하겠지.
그래서 한숨이 나오는 날도 있겠지.

"Ce n'est pas le jeux."

날 좋아한다던 니가 뱉은 말.
그 때는 아 진심이구나 하고 받아들였지만, 그래서 널 만났던 거지만, 지금의 나는 그게 무슨 의미였는지 안다.
나라면 그런 말을 하기 전에 정리를 했겠지. 그 말을 하고 기다려 달라고, 시간을 조금만 주면 금방 오겠다고 그런 말을 했겠지.
아니 그렇게 말 하기도 전에 나였다면 이미 예전의 사랑을 끝내고 새 사람을 만났을거다. 그게 환승이든 뭐든, 과거의 사람이 날 어떻게 생각해도 난 그랬을거다. 실제로도 그랬었고.

걔는 아직도 아무 것도 모른다. 평생 모를거다. 내가 모르게 했으니까. 그 애가 상처 받은 눈으로 날 비난하거나 떠나가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끝내 모르게 했었다.

어쨌든 니가 지금 나한테 아무리 친절히 대해줘봤자 처음의 그 말들과 이후의 니 행동들 때문에 그런 호의조차 가식처럼 고깝게 느껴진다. 니가 무슨 의도로 날 도와주는지 모르고 알고 싶지도 않지만, 이젠 나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다는 것쯤은 안다.

곧 결혼을 할 너.
사랑하지 않는다던 사람이랑 결혼을 하겠다는 너.
그 말이 진짜인 줄 알았다. 앞으로 니가 사랑할 사람은 나라고 생각했다.
그 여자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4개월 뒤의 계획 같은건 짜지 않았겠지.
니 행동을 봤어야 되는데 또 눈이 멀어 제대로 보지 못했다.
스스로 벌여놓은 일을 수습조자 못해서 날 절망의 구렁텅이에 내몬 그런 너한테 콩깍지가 씌여서는 얼마를 울고 힘들어 했던가.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완전히 널 놓지 못했단 걸 반증하는 거겠지.
잘 되고 싶지도 않고, 그렇게라도 너같은 사람을 피해갈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하지만,
아직도 상처가 완전히 아물진 않았나보지.
널 보며 웃고 농담하고 아무렇지 않게 지내왔지만 (실제로도 마음이 아프다거나 그런건 없지만), 어쨌든 기억은 남아있으니까.

아무렇지도 않다고 하는 그 말이 오히려 거짓말.

한 달 간 니가 보내는 메세지 때문에 혼란스러웠다. '왜 이런걸? 우리가 이런 농담을 할 사인가?' 싶은 내용들의 문자라...
정 떼고 싶은 내 맘을 느꼈는지, 그저 니 맘이 돌아선건지, 어느 순간 농담도, 내 안부를 묻는 말도, 매일 저녁 보내던 시덥잖은 메세지도 끊어버린 너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무 생각이 없겠지?
너한테 나는 이제 잠깐의 바람 상대, 아니면 그것조차 잊혀졌겠지?

잠깐 생각했었다. '우리에게 두 번째가 있을까'하고.
그럴 생각이 있다면 니가 먼저 물어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당연히 그럴 일은 없겠지.
니가 마음이 없어서든, 용기가 없어서든, 그 사람에게 미안해서든, 뭐 어떤 이유로든 넌 나한테 물어오지 않았을 거란 확신이 든다.
그렇게 물을 거면 진작에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했겠지 싶어서.
그리고 내 쪽에서도 묻지 않은 이유는 그 정도로 욕심나는 사람도 아니라서.

두 달간 이성적으로 지켜본 너는 내가 좋아하던 사람과는 다른 그런 사람.
내 자존심을 짓밟고, 내가 하는 일들을 바보같이 보이게 만든 너.
경솔하고 앞뒤가 안맞고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하는 그런 사람을 위해서 다시 진흙탕 속으로 들어갈 마음은 없었다.

3월 말이면 6개월의 지겨운 인연을 끊을 수 있을거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DELF B2 통과! +시험준비 팁(?)

1달 전 3월 15일, 16일에 친 DELF 시험 결과가 나왔다.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어젠가 70점 받는 꿈꾸고 "꿈은 반대라던데 흐규흐규" 하면서 확인했더니 Admis! Même si les notes sont bas que celles de mon rêve :/ Mais enfin, j'ai réussi ! 합격 기념으로 공부하면서 도움 받았던 방법들을 (이 늦은 밤에) 정리한다. 1. Compréhension Orale (듣기) 내가 제일 약한 파트. 단기간에 늘지 않는 파트이기도 하다. 비법은 없고 무조건 많이 듣는게 상책. 그렇다고 무작정 듣기만 해서는 늘지 않는다. 드라마, 영화 주구장창 봐도 델프 시험에 나오는 내용과는 거리가 머니까 시험 준비를 위해서는 그런 것들은 비추. (뭐 안하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안드로이드 어플로는 "iPP Podcast Player" 를 추천한다. 거기에서 Europe 1을 검색하면 프랑스 라디오 Europe 1의 코너들을 추출해놓은 팟캐스트들이 뜬다. 뉴스 내용이라 델프 시험이랑 직접적 연관이 있는 것들이고 2, 3분 내외로 짧아서 공부하기에 딱 좋다. 내가 좋아하는 코너들은 "L'actu pour les nuls" . Bonjour 라는 아침 뉴스의 3분짜리 코너인데 제목 그대로 nuls을 위한 소식이라 짧고 간단하다. 그렇다고 이해가 쉽다는 건 아니지만 최대한 쉽게 설명해주는 듯. 단점이라면 스크립트가 없다는 점. 그래서 듣기는 읽기와 병행해야 한다. 관련 내용을 신문기사나 잡지에서 찾아 읽으면 내용 이해가 한결 쉽다. 사실 시험 끝나고 원서 쓴다고 한동안 놓았더니 소식 따라잡기가 힘들다... ㅠㅠ 다른 프로그램으로는  RFI 채널의 "프랑스어를 공부하는 외국인을 위한 모든 팟캐스트"! " Journal en français facile", "Fait du jour", &q

[요리] 프랑스어 돼지 고기 부위

돼지 고기 살 때 매번 사는 부위만 사게 된다. 삼겹살, 안심, 목살 이 정도... 사실 이름만으론 잘 몰라서 그냥 보면 아는 그런 부위만 사게 된달까 ㅠㅠ 찾아보니 소고기 보다는 간단해서 정리해본다. 2년 전에 쓴 포스튼데 그래도 그간 돼지고기 부위에 대한 지식이 더 늘어서 몇 개 덧붙였다. 수정한 부분은 초록색으로 표시! 목살 - échine 보통 뼈가 붙어있고 기름이랑 살코기가 육안으로 보면 반반인 것 같다. 가격은 저렴 등심, 안심 - filet, filet mignon, carré de côtes 스테이크로 잘라서 나오기도 하고 통나무 형의 덩어리를 실로 묶어서 판다. 모르고 이걸로 수육 해먹어 봤는데 기름기가 없어서 종잇장 씹는 느낌이었다... filet mignon이라는 부위는 비싸서 한 번도 안 사본 부위인데 아마도 부드럽겠지? 다음에 마트 가면 사먹어 볼 예정. 아기 팔뚝 정도의 굵기와 길이로 썰어져 있다. filet mignon은 안심 부위가 맞다. 고기는 연한 편이고 진공팩에 넣어서 수비드로 조리했더니 엄청 부드럽고 맛있었다. 기름이 없어서 수육처럼 퍽퍽 삶으면 안되는 부위 ㅜ 갈비 - côtes 갈비살이니 당연히 뼈가 붙어 있다. 마트에서는 잘 안팔고 정육점에 파는 듯. 갈매기살 - travers 갈비살이다. 뼈가 붙어있음 한 번도 못봄. 우리나라도 특수 부위니 여기도 비쌀까? 이 부위 역시 마트에는 안파는데 정육점엔 파는 지 모르겠다. 이 부위도 마트에서 팜. 바비큐 용으로 여름에는 양념을 해서 많이 판다. 뒷다리 - jambon 보통은 간이 된 상태로 진공 포장 되어서 팔린다. 소금 들어가서 나는 한 번도 안 사봄. 이름이 jambon인 걸 보면 햄 만들 때 이 부위를 쓰나보다. 훈제나 간을 해서 파는 경우도 있고 그냥 뼈에 붙은 생고기로도 판다. 앞다리 - plat de côtes, épaule 여기도 안 사먹어 본 부위 삼겹살 - poi

[프랑스어] 영어와 프랑스어는 얼마나 비슷할까?

불어 단어를 공부하다 보면 영어권 사람들은 정말 배우기 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다 못해 영어를 잘한다면 불어는 좀 더 배우기 쉬운 언어가 된다. 단어부터 숙어, 속담, 문법 등 정말 비슷한 면이 많다. 반면 한국인들이 중국어, 일어 배우기는 서양인이 하는 것보다 훨씬 쉽고 :) 왜냐하면 영어 단어의 약 29%가 불어에서 파생되었고 또 다른 29%는 라틴어 출신이다. 프랑스어가 라틴어 계열의 한 언어니까 반 이상이 불어 단어와 연관이 있다는 뜻! [wikipedia] 다음 단어들은 불어에서 파생된 영어 단어들 중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들이다. 위키에서 찾은 건데 정리만 했다.  [다른 단어들 보기] 모양 비슷, 발음 비슷, 개중에는 거의 같은 발음인데 억양 차이만 나는 단어들도 있다. 영어, 불어, 불어 음독  순이다. (쓰다보니 엄청나서 포기 ;;;;)

[요리] 소뽈살찜?

요즘 마트갈 때마다 특수 부위나 안 먹어본 고기 사오는 데 취미가 들렸다. 이번엔 소뽈살을 사왔다. 불어로는 joue de boeuf. 생기긴 그냥 평범한 스테이크처럼 생겼다. 가격도 스테이크 - rumsteak, faux filet - 랑 비슷하다. 요리 방법은 간단하게.  속까지 익혀야 한다길래 찜을 하기로 했다. 냄비에 2시간 두라는데 너무 길잖아요 ㅠㅠㅠ  그래서 압력솥 30분으로 대체했는데 결과는 만족스럽다. 1. 양파, 마늘, 허브류 (타임, 월계수)를 넣고 올리브유에 달달 볶는다. 2. 색이 나면 토마토 하나 썰어서 넣어주고 고기를 앞면 뒷면 살짝 그을려준다. 3. 닭육수 큐브 반쪽 넣고 물 300밀리리터 넣고 뚜껑 덮은 후 불 최대 크기로 올려준다. 4. 칙칙 소리가 나면 중간불로 낮춰서 30분 익히고 김 빠지길 기다렸다 썰어먹으면 된다. 참고로 너무 뜨거울 때보다 약간 식으니까 더 식감이 좋았다. 부드럽고 약간 기름진데 스테이크 같은 식감은 완전 아니다. 점심때 먹으려고 한 건데 만들고 나서 너무 주워먹어서 점심 때 먹을 게 별로 없어 ㅠㅠ 국물은 파스타 볶아먹음 딱 좋겠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