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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으로 산다는 것

오유에서 어떤 사람이 자기 이름 적힌 명찰 달고 있던 것도 까먹고 있던 틈에 손님한테 이름을 불렸는데, 내 이름 어떻게 알았냐며 깜짝 놀랐던 적이 있었다 했다.

스치듯이 지나간 생각은 '제가 그 손님이었다면 "내 이름은 코난, 탐정이죠"라고 말하고 씨익 웃었을 것 같아요' 라는 답글을 달아볼까 였다. 만약 진짜로 내가 그런다면 알바생은 피식 웃던지 이 사람 오타쿠구나 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겠지.

1초도 안걸리는 시간에 이런 농담 해야지 하는 생각과 상대의 반응이 예상되는데, 불어로는 도저히 무리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공유해온 수 많은 문화들과 약속들 농담 등을 이 나이에 외국인 배우자 없이 배운다는게 새삼 힘들거란 걸 느꼈다.

오늘 옆자리에서 애들이 유명한 시리즈 대사를 다같이 따라하는 소리를 들었다.
내이름은 코난 탐정이죠 하는 그런 소리겠지

세일러문의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다"란 다짐, 지우의 "가랏! 피카츄!", 로레알 광고의 "난 소중하니까요"란 슬로건을 우린 애써 배우고 외우려하지 않았다.
그냥 자연스레 노출돼서 물흐르듯 습득하게 된 것.
그런 것들을 의식적으로 "외워야지",  "공부해야지" 하는건 말이 안되지만 외국인이라면 강제습득이라도 해야 조금이라도 소속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곤 해도 사실 방법도 모르겠다.
이십 몇 년은 따라잡기에 너무 길다.
가능한건지조차 모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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